한국 최대의 명절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추석 풍습이 많이 달라졌는데요. 고향방문을 자제하고 차례를 지낼 때 마스크 착용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모습은 어떨까요? 조선시대엔 전국적으로 역병이 돌면 차례나 제사를 지내지 않았습니다.
조선시대 역병은 환자를 모질게 고통스럽게 한다해 ‘모딘 병’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전염병은 신분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에 왕가를 비롯한 사대부 가문에서도 두려움이 컸습니다.
사진: 계암일록
조선시대 경북 예천에 살던 초간 권문해는 ‘초간일기(1582년 2월 15일)’에 “역병이 번지기 시작해 차례를 행하지 못하니 몹시 미안하다”며 전염병이 유행하는 탓에 차례를 지내지 못해 조상님들께 죄송스럽다고 전했습니다.
경북 안동 예안의 김령 선생은 ‘계암일록(1609년 5월 1일)에 “홍역이 아주 가까운 곳까지 퍼졌다”고 말하며 4일 뒤 일기에서 “역병 때문에 차례(단오)를 중단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조선은 홍역과 천연두가 크게 유행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주었습니다. 예로부터 집안에 상을 당하거나 환자가 생기는 등 우환이 닥쳤을 때에는 차례, 제사도 지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조상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차례와 제사는 정결해야 하는데, 전염병에 의해 오염된 환경은 불결하기 때문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전염병에 대해 총 1,455건의 기록이 있습니다. 지금보다 의학기술이 발전하기 않았던 조선에서 전염병 피해가 심했습니다. 역병이 퍼져 많은 백성들이 죽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
인구 감소는 국가의 생산력·군사력과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염병을 다스려야 했습니다. 임금이 정치를 잘못하면 백성의 원한으로 전염병이 생기거나, 하늘에서 내리는 벌이라는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왕은 국가를 원만히 다스리고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전염병 대응을 철저히 해야 했습니다.
1432년 세종은 전염병 피해를 확인하던 중 소격전(도교 주관의 제사 관장 부서)을 살피던 감찰단원의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눈먼 여종이 아이를 안은 채 굶어죽게 생겼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종은 여종에게 즉시 쌀과 콩을 1석씩 주게 했습니다. 세종은 여종이 다시 굶을 것을 우려해 여종을 족친에게 맡기거나 소격전에서 계속 구호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돈이 없는 저소득층에게 ‘긴급 생활비’를 지급했습니다. 이는 현재의 모습과 매우 유사합니다.
1444년 세종은 과거 전염병 당시 굶주린 백성들을 한곳에 모아 배불리 먹였지만, 서로 전염돼 사망자가 늘어난 일을 떠올렸습니다. “만약 주린 백성을 모두 한곳에 모이게 한다면 도로 전과 같을까 염려되니, 나누어 거처하게 되고 질병을 얻은 자는 다른 사람과 섞여 살게 하지 말라”는 대책을 지시합니다.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세종은 유행·전염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전국에 배포했고 아침부터 세수하라는 등 위생을 강조하며 급성 전염성 질환이 번질 때의 대비책도 고려했습니다. 또한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나눠 격리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사진: 간이벽온방언해
중종 19년(1524년) 가을 평안도 지방에서 발생한 역병이 다음 해까지 이어지자, 중종은 의관들에게 전염병 치료와 대처 방법을 책으로 만들게 했습니다. 그리고 한글로 번역해, 전국에 배포해 사람마다 쉽게 전염병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간이벽온방언해’는 김순몽, 유영정, 박세거 등의 의관들이 돌림병 전문 의학서입니다. 당시 전염병의 원인과 증상, 대처 방법 등이 실려 있습니다. 전염병과 관련하여 총 44개의 항목의 치료법이 상세히 실려있으며, 각 병의 증상과 예방법도 함께 실려있습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금, 과거 전염병유행 대처가 지금과 흡사합니다. 조선시대에 퍼진 전염병 극복과 동시에 백성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왕들의 수고가 돋보입니다. 과거의 대처방법을 통해 많은 교훈을 찾을 수 있습니다.
[3줄 요약]
1. 조선시대엔 전국적으로 역병이 돌면 차례나 제사를 지내지 않았으며, 왕은 전염병을 다스려야 했음.
2. 세종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원금 등의 대처를, 중종은 전염병 대처 방법 펴낸 책을 한글 번역해 배포
3. 과거 전염병 유행 대처가 현재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며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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